딸을 때린 아이를 뒤쫓다가 차로 들이받은 경주 스쿨존 사고,
경찰은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고 '민식이법'이 아닌 '형법'을 적용했습니다.
형량을 더 강화한 조치지만, 오히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.
이정미 기자가 팩트체크했습니다.
[기자]
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를 스쿨존에서 SUV가 들이받습니다.
고의였다면 더 지탄받아야 하지만, 형량은 오히려 실수였을 때 더 무겁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.
▲ 1. 고의보다 과실이 더 중형?
고의라면 형법에 따라 최고 10년 이하, 실수라면 민식이법에 따라 최고 1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.
법정 최고 형량만 보면 과실 사고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더 무거워 보입니다.
하지만 고의 사고는 무조건 징역형인 반면, 실수로 낸 사고는 벌금형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.
올해 도입된 민식이법은 아직 판례가 없지만, 과거 재판을 보면 고의 사고의 양형은 대부분 부주의 사고보다는 무거웠습니다.
[손수호 / 변호사 : 고의범의 비난 정도가 과실범보다 크기 때문에 실제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범이 과실범보다 더 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거죠.]
▲ 2. 살인미수 적용도 가능?
사고 당시 CCTV를 본 네티즌들은 살인미수 혐의 적용까지 주장하지만, 고의로 사고를 냈다 하더라도 법리상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하긴 어렵습니다.
2년 전 임대료 갈등을 빚자 건물과 행인을 차로 들이받았던 음식점 주인.
당시엔 건물주에게 둔기까지 휘둘렀지만, 재판부는 이때도 명확한 살해 의도를 가진 살인 미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수상해죄만 인정했습니다.
▲ 3. 고의적 사고는 확실?
국과수는 현장검증으로 확인한 운전자의 시야 등 서너 가지 근거를 들어 고의적인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.
[경찰 관계자 : 3가지 4가지 정도 근거가 있던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거죠.]
하지만 아이를 좇으면서도 스쿨존 속도를 위반하진 않았고, 마지막엔 핸들을 틀었다는 점 등에서 반론도 존재합니다.
[한문철 /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: (검증할 때) 우회전하면서 아이가 보이나 안 보이나 생각하면서 보면, 보여요. 그냥 갈 땐 안 보이죠. (차는) 그 자리에 바로 멈출 수는 없어요.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반대로 꺾는 게... (중략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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